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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th present


2016년 1월 12일, 창 밖에선 눈이 내렸다.




도경수 생일 합작

생일축하해, 도경수


w.양갱수








"경수형! 여기 한 번만 봐봐요."


"왜?"


요리를 하던 경수가 머리를 돌려 종인을 쳐다보았다.


"우와아!"


"예쁘죠."


"응! 근데 내가 같이 꾸미자고 했잖아."


"그냥 빨리 만들고 싶었어요. 요리도 하고 트리도 꾸미면 우리 경수 힘들어서 쓰러질라."


종인은 알록달록하게 장식된 크리스마스트리를 뒤로하고 경수에게로 다가갔다. 뒤에서 슬며시 자신을 안는 종인에 경수는 그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언제 다 돼?"


"왜, 어디 가야 돼?"


"에이,내가 형 두고 어딜 가. 빨리 형이 만든 거 먹고 싶어서 그렇지."


"거의 다 됐어."


거의 다 됐다는 소리를 들은 종인이 경수에게 입을 벌려보았다.


"빨리 먹여조요. 아아아."


푸스스 웃은 경수가 처음으로 만들어보는 김치 스파게티를 종인에 입에 넣어주었다.


"마시써요."


"다행이네. 빨리 가서 앉아 다 됐어."


"나 지금 너무 행복해."


"뜬끔없이 무슨 소리야.."


"형이랑 크리스마스 보낼수 있어서."


"으유. 내년에도 같이 보내자 종인아."


"....그래요."


조금 망설인 종인이 웃으며 대답하였다. 그렇게 경수는 몰랐지만 종인은 알았던, 둘만의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












"형 나 왔어."


"응 왔어? 빨리 앉아 곧 초 센다!"


티비 속에는 보신각과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으응.. 형 저기 같이 가고 싶어 했는데 미안해."


"아니야 괜찮아! 집에 잠시 들렸다 온다면서 그 정도는 괜찮지 뭐. 그리고 저기 사람도 많잖아. 빨리 앉기나 해."


앉으라고 재촉하며 자기 옆을 팡팡 두드린다.


"형."


"왜? 어 초 센다 저기 봐."


"경수형 나 봐요."


"왜에."


10,


"경수야."


9,


"왜 잠시만."


8,


"도경수."


그제야 고갤 돌린 경수에 종인이 물어온다.


"연인들이 새해가 되기 전 뭐 하는지 알아?"


"음...... 몰라. 그냥 껴안고 그러겠지. 근데 너 은근 반말한다?"


"형."


2,


"사랑해요."


1.


티비에서 나오는 종소리와 함께 종인이 경수에 입에 자신의 입을 맞췄다. 김종인과 도경수,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새해를 시작하였다.













*












2016년 1월 7일, 김종인이 쓰러졌다.

제 앞에서 해맑게 웃던 종인이,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며 고통을 호소하다 쓰러졌다.

경수는 바들거리는 손을 들고 핸드폰으로 구급차를 불렀다.






-






의사의 말을 들었다. 이게 무슨 소리지 하는 생각조차도 들지 않았다. 김종인이...

종인이가. 다시 일어나지 못한다니.

의사는 말을 돌려 했지만 경수는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제 앞에서 웃던 종인이의 얼굴이 오늘이 마지막이었다니. 죽는다는 건, 많이 아파왔을때만, 그동안 병을 앓아왔을 때만 그럴 수 있는 거잖아....


그리고 경수의 머릿속에 스쳐가는 종인의 말들. 


'형, 나 집 들렀다 올게.'

'경수야 미안한데 나 오늘 급한 약속이 있어서...'

'형 나 먼저 집 갈게 미안해.'

'....그래요.'


그리고 다시 한 번 의사의 말을 생각해보았다.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듣지 못 했던 말,


'김종인씨 오랫동안 이 병 앓아오셨는데. 보호자분은 모르셨나 봐요?'


종인이는 자신이 아픈 걸 주위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 하지 않았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그제야 경수의 울음이 터졌다.

종인은,

김종인은,

내가 사랑하는 김종인은,

나를 사랑하는 김종인은.


병원 내 사람들이 경수를 이상하게 쳐다봤지만 경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저 눈물이 자꾸만 쏟아져,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로 울었다. 울면, 울면... 내가 우는 건 종인이가 싫어하는데. 울면 안 되는데...







*







시간이 흘러 경수의 생일이 되었다.

의사는 오늘까지라도 살아있는 게 정말 기적이라고 했고, 경수는 그 말도 듣고 싶지 않았다. 밥도 먹지 않았고, 화장실을 드나드는 일도 매우 적었다. 그저 종인을 옆에서 바라보았다. 경수는 자리를 뜨면 종인이 숨을 더 이상 쉬고 있지 않을까 봐 두려웠다. 그리고 오후가 되었을 즈음, 그제야 기억났다는 듯이 머리를 탁 치며 간호사가 경수에게 한 봉투를 건넸다. 


"이거 아침에 줬어야 했는데 이제야 주네요. 미안해요 어서 꺼내봐요."


"...."


간호사는 미안한 듯 웃음을 지어 보이며 방을 나갔다. 새근대며 누워있는 종인과 핼쑥해진 경수만 남아있는 1인실에서 경수는 쓸쓸함을 느꼈다. 뭘까 이 봉투는. 아무런 생각없이 봉투를 뜯고 그 안에 있는 편지와 정갈한 글씨체.

...이 글씨는 종인의 글씨였다.


'To. 사랑하는 경수형


경수형, 나 종인이야. 음... 무슨 말 먼저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 사실 아파. 아, 이 편지 받았을 때는 나 입원해있을 테니까 알겠구나.'



경수의 눈동자가 커졌다. 김종인?



'일단 형이랑 새해 때도 같이 있어서 좋았어. 일단 형한테 너무 미안하단 소리하고 싶어. 아픈 거 안 알려줘서 미안해. 뭐, 형은 미리 말하면 더 행복하게 남은 삶을 살게 해줄 수 있었을 거라고 말하겠지만, 난 충분히 행복했으니까 걱정하지는 마. 내 걱정할게 아니고 형 걱정이나 해야 되는데. 형 또 밥도 안 먹고 그러는 거 아니야? ㅋㅋㅋ 밥 꼭 챙겨 먹고, 울지 마. 나 마음 아프다? 이 편지, 내가 형 생일까지 못 살아있을까 봐 미리 적는 거야. 간호사한테 꼭 전해달라고 했어. 형, 내가 사랑하는 경수형. 아 눈물 날라 그런다. 미안해.'



편지지에 쓰여있는 정갈한 까만 글씨가 흐리게 번져있었다.

종인아, 너도 많이 아팠구나. 너도 많이 슬펐구나..

사람이 죽는 날짜를 알면 그저 지나가는 날들을 슬픔, 행복과 함께 보내고 죽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지나가는 날들에 있는 슬픔, 행복. 죽기 전 남은 날짜를 사랑하는 사람, 그 상대가 누구든지 함께 남은 시간을 보내며 행복을 느낀다. 그리고.. 슬픔. 남아있는 사람에 대한 미안함, 남은 생에 대한 미련. 죽어가는 사람은, 힘들다.

그 반대의 남는 사람. 남는 사람은 어떻게 보면 죽어가는 사람보다 더욱 힘들다. 생을 행복하게 보내고 죽는 사람보다, 행복하게 보낸 후 그 추억을 잊지 못하는 것은, 무척이나 힘들다.

보통 드라마에선 미리 자신을 잊으라고 이별 통보를 선포하지만, 종인은 차마 그럴 수 없어 알려주지 않고 자신이 아픈 걸 경수가 알게 된 그 시기, 그 시기부터만 아프라고. 최소한의 배려였다.



'그때 기억나? 새해 때랑... 또 크리스마스 때. 새해 때 키스하다가 형이 너무 날 꼬셔서 나 코피 나서 죽을 뻔했어.'



조금은 장난스러운 말에, 경수가 피식 웃었다.



'아아 편지는 익숙지 않은데, 뒤에 훨씬 길게 써놓은 거 있으니까 봐봐. 그건 내 생일날 봐야 돼! 알겠지?'



봉투 뒤쪽엔 종인과 경수의 사진 하나와 긴 편지 하나가 붙어있었다.



'경수형 진짜 진짜 사랑하고, 보고 싶을 거야. 형, 나 잊고 쭉쭉 빵빵한 여자 만나서 잘 살아야 돼. 안 그러면 내가 ... 내가.. 울 거야! 위에서ㅋㅋㅋ.'



많이 장난스러운 말투였지만 경수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나왔다.



'경수야,'


한 문장 밖에 남지 않았다.

싫어, 벌써 다 읽기 싫어..


'진짜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고'


아직, 끝나면 안 돼...


'태어나줘서 고마워.'


..순간 경수의 손과 붙잡고 있던 종인의 손이 차가워졌다.


'생일 축하해'


삐-

의사와 간호사들이 급하게 달려왔다. 눈물에 젖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김종인씨, 2016년 1월 12일 16시 08분 14초, 사망하셨습니다.


도경수, 생일 축하해.











fin.